입동(立冬). 정한을 탄핵하는 상소가 빗발쳤다. 미곡 천 석을 실은 선박들이 무사히 시범 항해를 마친 시점이었다. 첫 상소를 올린 자는 하남성주인 오황자로, 그는 용의주도하게도 정한의 발부터 묶어두었다. 하남성을 지키고 있던 경비대에게 일러 이왕부가 쓰는 측문을 봉쇄하게 한 다음 수석 비서랑을 보낸 것이다. “사안이 워낙 중대하니, 조정에서 어사대를 내려보...
이날은 유난히도 낙조(落照)가 시렸다. 모두 고만고만한 점수를 낸 추환 경기가 마무리되었을 때쯤엔 분위기가 완전히 무르익었다. 지수는 부신 눈을 몇 번이나 감았다 뜨며 공관의 연회장으로 이동했다. 이 연회장은 넓은 뜰을 끼고 있어 야회를 가지기 좋았다. 잘 빚은 양주가 유쾌하게 넘쳤고 위국인과 명국인은 서로를 은근하게 떠보았다. 협상안은 이런 자리에서 결정...
추도제 때 나타난 인어가 이왕부의 귀인과 닮았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마음을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남부 사람들의 경애가 쏟아졌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푼두푼 돈을 모아, 이왕부가 사용하는 하남성 측문부터 왕성 가도로 내려가는 들목까지 알록달록한 지붕을 설치했다. 길 양쪽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심은 장대에다가 삭도를 스물네 줄이나 세로 ...
결국 추도제를 열기로 했다. 닷새 뒤 한밤에 바다장 형식으로 치를 것이었다. 지수는 잘 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염려가 됐다. 오황자가 남부군에서 주관해달라 요청했기 때문이다. 정한은 두말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이 소식을 전해준 건 책사들이었다. 그들은 정한과 함께 오왕부로 넘어갔다가, 주군이 군영으로 출타하여 먼저 돌아왔다. 직언을 곧잘 하는 우경이 투...
상념에 빠져드는 찰나, 연이가 그의 무릎을 흔들어왔다. 그리곤 어릴 적처럼 계단에 걸터앉아 지수를 올려보며 물었다. 마마, 남는 가죽이 있으면 써도 될까요? 두 마 정도면 충분해요. “물론이지.” 행수 아저씨께 보호대를 만들어 드리려고요. 저에게 너무 잘해주시는 분인데 다리가 불편하세요. 장마 내내 힘들어하셨어요. “곧 겨울이니 더 그렇겠다. 우리 연이가 ...
이황자 부부는 곧장 옷을 갈아입고 부두로 향했다. 워낙 큰 사고가 난 지라 길목부터 몹시 어수선했다. 돌아온 배들이 강변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조운청 서기들이 갑판에서 갑판으로 뛰어다니며 손실 정도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동이 완전히 트지 않아서 어둑함이 남아 있었지만 심각한 상황이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조운총독의 낯빛이 창백하게 질...
Special Thanks to 표지와 내지, 책갈피까지 디자인해주신 cmyk님, 특전 일러를 흔쾌히 맡아주신 피망님. 두 분 안 계셨으면 리커버북 못 나왔을 거예요.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세트 구성 황첫 리커버북 1권책갈피 1장황실문화원 설특집화보 1장초대장 1장(선입 한정) 일반입금 세트에는 초대장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책 사양 125mm x 190mm...
이황자 부부의 짐작이 맞았다. 오왕부가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 지수가 성내에서만 지낸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며칠이나 지속되던 조수가 차츰 낮아지고 있었다. 공기는 다소 쌀쌀해졌으나 한낮의 볕이 아직 뜨거웠다. 지수는 침방에서 만들어온 간절기 옷과 이불을 점검하던 중이었다. 쌍둥이를 돌보던 노비 가운데 하나가 거실로 뛰어 들어와, 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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